백금 · Pt
백금 — 저는 백금에서 변하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돕는 역설을 봅니다. 백금은 산에도 불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데,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성질 때문에 다른 물질들의 반응을 곁에서 묵묵히 도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는 그대로 남으면서 남의 변화를 이끄는 그 모습이, 마치 좋은 스승이나 든든한 어른을 닮았습니다. 한때 천덕꾸러기로 강에 버려졌던 이 금속이 끝내 가장 귀한 자리에 오른 것도, 그 변치 않는 한결같음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백금을 보며, 진정한 가치는 곧잘 늦게야 알아봐진다는 사실을 새깁니다.
한때 은보다 못한 천덕꾸러기로 여겨져 강물에 도로 던져졌던 금속이, 어떻게 금보다 귀한 자리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또한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변화를 돕는 조용한 중매쟁이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일을 해낼까요.
백금은 별의 마지막 폭발 속에서 빚어진 무거운 금속으로, 자연에서 순수한 덩어리로 발견되는 드문 귀금속 가운데 하나입니다. 회백색으로 은은히 빛나며, 공기와 물과 대부분의 산에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남아메리카의 강모래 속에서 오래전부터 빛나고 있었으나, 너무 단단해 다루기 까다로운 탓에 한동안 작은 은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1735년 무렵, 남아메리카를 탐사하던 스페인의 안토니오 데 우요아는 그곳 강에서 나는 이 낯선 흰 금속을 유럽에 처음으로 자세히 보고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은 금을 캐다 섞여 나오는 이 금속을 작은 은이라는 뜻의 플라티나(platina)라 부르며 성가셔했고, 더러는 강에 도로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으로 건너간 뒤 그 변치 않는 성질과 높은 녹는점이 알려지면서, 백금은 차츰 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천덕꾸러기에서 보물로, 한 금속의 운명이 뒤집힌 것입니다.
-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 변환기
- 변치 않는 광택을 살린 고급 장신구
- 암 치료에 쓰이는 백금계 항암제
- 화학 반응을 돕는 산업용 촉매
백(白)은 빛이 비치는 흰 모양을 본뜬 글자로, 흼과 더불어 맑고 변치 않음을 뜻합니다. 우리말 이름 백금이 바로 이 흰 금이라는 뜻이니, 그 흰빛과 한결같음이 글자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천자문에서 이 한자 만나기 →저는 백금에서 변하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돕는 역설을 봅니다. 백금은 산에도 불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데,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성질 때문에 다른 물질들의 반응을 곁에서 묵묵히 도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는 그대로 남으면서 남의 변화를 이끄는 그 모습이, 마치 좋은 스승이나 든든한 어른을 닮았습니다. 한때 천덕꾸러기로 강에 버려졌던 이 금속이 끝내 가장 귀한 자리에 오른 것도, 그 변치 않는 한결같음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백금을 보며, 진정한 가치는 곧잘 늦게야 알아봐진다는 사실을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