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질은 왜 스스로 빛을 내는가
어떤 물질은 왜 스스로 빛을 내는가 — 나는 방사능을 알고 나서, 빛난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라듐이 빛을 내는 것은 제 몸을 조금씩 잃어가는 일이었다. 평생 묵묵히 자기를 내어준 분들을 떠올린다. 가족을 위해, 일을 위해 제 시간을 태운 사람들. 그들이 환하게 빛나 보였던 것은, 어쩌면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내어주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빛은 거저 나오지 않는다. 빛나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내어주고 있는 중이다.
빛을 내려면 무언가를 태우거나 전기를 흘려야 한다고 우리는 안다. 그런데 어떤 물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캄캄한 서랍 속에서 스스로 빛과 기운을 뿜어낸다. 누가 불을 붙인 것도 아닌데, 그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것일까.
1896년 파리, 앙리 베크렐은 우라늄 광물이 햇빛을 받아야 빛을 낸다고 믿고 실험을 준비했다. 그런데 며칠간 날이 흐렸다. 햇빛을 쬐지 못한 광물을 사진 건판과 함께 어두운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가 기대한 것은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깨끗한 건판이었다. 그러나 꺼내 본 건판에는 광물의 형상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햇빛 없이도,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젊은 마리 퀴리가 이 수수께끼에 매달렸다. 그녀는 수 톤의 광석을 손으로 끓이고 거르며, 빛을 내는 정체를 추적했다. 마침내 우라늄보다 훨씬 강하게 빛나는 새 원소 둘을 찾아냈다. 라듐과 폴로늄. 빛의 근원은 원자 바깥이 아니라, 원자의 심장인 핵 안에 있었다. 어떤 원자핵은 불안정하여, 스스로 일부를 내던지며 안정을 찾는다. 그 던져진 조각이 곧 방사선이었다. 빛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물질이 제 안의 무게를 덜어내는 소리였다. 퀴리는 그 빛을 평생 곁에 두었고, 끝내 그 빛이 그녀의 생명을 가져갔다.
- 원자력 발전은 바로 이 불안정한 핵이 쪼개지며 내놓는 에너지로 물을 끓여 전기를 만든다. 한 줌의 연료가 도시 하나를 밝힌다.
- 병원의 방사선 치료는, 빠르게 무너지는 핵의 성질을 이용해 암세포를 정밀하게 겨눈다. 생명을 앗던 빛이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었다.
- 고고학자들은 죽은 생명체 속 탄소가 일정한 속도로 무너지는 것을 시계 삼아, 수천 년 전 유물의 나이를 읽는다. 무너짐의 속도가 곧 시간의 자였다.
나는 방사능을 알고 나서, 빛난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라듐이 빛을 내는 것은 제 몸을 조금씩 잃어가는 일이었다. 평생 묵묵히 자기를 내어준 분들을 떠올린다. 가족을 위해, 일을 위해 제 시간을 태운 사람들. 그들이 환하게 빛나 보였던 것은, 어쩌면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내어주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빛은 거저 나오지 않는다. 빛나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내어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