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의 여신
두 신화의 만남
그리스 신화의 이리스(Iris)는 무지개의 여신이자 헤라의 전령이었다. 그녀가 하늘에 남기는 일곱 빛깔의 다리 — 그것이 곧 무지개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청·적·황·백·흑 오색(五色)이 우주의 모든 색을 대표했고, 이 다섯 빛이 함께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미(美)의 극치였다. 서양은 하나의 여신으로, 동양은 다섯 원소의 조화로 "눈부신 색채"를 설명했다.
서양의 신화 —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
이리스(Iris)는 타우마스와 엘렉트라의 딸로, 헤라 여신의 개인 전령이자 하늘과 땅을 잇는 무지개의 의인화였다. 그녀가 황금 날개를 펼쳐 하늘에 아치를 그리면, 그것이 무지개가 되어 신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이리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명을 인간 영웅들에게 전달하는 가장 바쁜 신 중 하나였다. 1796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니콜슨이 어느 금속 표면에서 "각도에 따라 변하는 색"을 관찰하며 이를 iridescent라고 명명했다. 이리스의 이름이 보석학에도 남았다 — iris(홍채, 눈동자의 색깔 부분)와 iris flower(붓꽃, 꽃잎이 무지갯빛), 원소 iridium(이리듐, 다색성 염을 만드는 금속)이 모두 그녀의 이름을 딴 것이다.
iridescent의 어원이 드러내는 것: 서양은 "여러 색"을 한 여신의 몸으로 의인화했다. 무지개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이리스가 지나간 발자취였다. 다채로움이 한 존재의 개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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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English Dictionary"iridescent, adj." 1796, from Latin iris, iridis "rainbow," from Greek Iris, goddess of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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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Etymology Dictionaryetymonline.com/word/iridescent — "resembling the colors of the rainbow, changeable with angle of view."
동양의 고사 — 다섯 빛깔의 조화, 오색찬란
오색찬란(五色燦爛)은 "다섯 빛깔이 눈부시게 빛난다"는 뜻이다. 동아시아의 색채 체계는 오행(五行 — 목화토금수)에 기초하여 청(靑, 동·목), 적(赤, 남·화), 황(黃, 중·토), 백(白, 서·금), 흑(黑, 북·수)의 다섯 색을 "정색(正色)"으로 보았다. 이 다섯 색이 함께 어우러져 찬란히 빛나는 것이 예의(禮)의 완성이었다. 주례 고공기에서는 "그림 그리는 일은 다섯 색을 조화시킨다(畵繢之事, 雜五色)"고 했다. 조선 왕실의 단청, 궁중 의복, 궁녀의 저고리와 치마에 오색이 엄격한 규칙 아래 배치되었다. 오방색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천에 옮기는 일이었다. "찬란(燦爛)" 두 글자 모두 부수가 "火(불)" — 다채로움이 곧 빛남이며, 빛남이 곧 불꽃의 본성임을 뜻했다.
오색찬란의 본질은 "개별 색이 아닌 색의 조화"가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것이다. 서양의 iridescent는 하나의 각도에서 여러 색이 보이는 현상이라면, 동양의 오색찬란은 각각의 색이 정해진 자리에서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조화의 예술이다.
거울의 교차점 -- 두 신화가 만나는 지점
둘 다 "다채로운 색"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본다. 이리스의 무지개와 오색찬란 모두 감각의 정점에 있다.
둘 다 세계의 질서와 연결된다. 무지개는 신의 전령이고, 오방색은 오행의 질서다.
그러나 발상이 다르다. 서양은 색을 "한 여신의 속성"으로 인격화했고, 동양은 색을 "우주 원소의 분화"로 체계화했다.
일상에 살아 있다. iridescent는 영어에서 "무지갯빛으로 변하는"으로, 오색찬란은 한국어에서 "눈부시게 다채로운"으로 여전히 쓰인다.
기억 장치 -- 집에 가져갈 한 줄
- ✓ iridescent = Iris(이리스, 무지개의 여신)에서 유래. 무지갯빛의
- ✓ 五色燦爛 = 다섯 빛깔이 찬란하다. 눈부시게 빛나는 다채로움
- ✓ 한 번에 기억: "iridescent와 오색찬란, 서로 다른 문명이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신화는 죽지 않는다. iridescent와 오색찬란 속에서 오늘도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