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신이 지배하는 세계
두 신화의 만남
그리스의 플루토스(Plutus)는 부(富)의 신이었다. 데메테르와 이아시온의 아들로 태어나, 땅속의 보물을 인간에게 나누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제우스는 그의 눈을 멀게 했다 — 부가 의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주어지는 이유다. 동아시아에서는 돈을 숭배하는 세태를 경계하며 "배금주의(拜金主義)"라는 네 글자를 만들었다. 하나는 신의 눈이 멀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신화 — 눈먼 부의 신, 플루토스
플루토스(Plutus, Πλοῦτος)는 "부(富)"를 의인화한 그리스 신이었다. 데메테르(대지의 여신)와 이아시온의 아들로 태어나 인간에게 풍요를 나누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헤시오도스 신통기에 따르면, 플루토스는 본래 눈이 멀지 않았으나 "의로운 자에게만 부를 주었다"고 한다. 이를 두려워한 제우스가 그의 눈을 멀게 만들었고, 그 이후 부(富)는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분배되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플루토스(Plutus)』(BC 388)에는 한 노인이 플루토스의 눈을 치료해주자, 의인만 부자가 되고 악인은 빈곤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 결국 신들도 당황해 원래대로 돌려놓자고 한다. 1650년대 영어에서 plutocracy는 "Plutus(부) + kratia(지배)" = "부(富)가 지배하는 정치 체제"로 등장했다. plutonium(플루토늄), plutocrat(부호)도 같은 뿌리다. (참고: 명계의 신 Pluto(플루톤)도 같은 어원에서 왔는데, 땅속이 곧 광물·보물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plutocracy의 어원이 드러내는 통찰: 부는 눈먼 신이 나누어주는 것이며, 부가 정치를 지배하면 정의는 불가능해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미 "돈이 지배하는 사회"의 위험을 이해했고, 그것을 단어 한 개에 압축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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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English Dictionary"plutocracy, n." 1650s, from Greek ploutokratia, from ploutos "wealth" + kratia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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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Etymology Dictionaryetymonline.com/word/plutocracy — "government by the wealthy class."
동양의 고사 — 돈을 숭배하는 시대, 배금주의
배금주의(拜金主義)는 "금을 숭배하는 주의", 즉 돈을 최고 가치로 삼는 태도를 뜻한다. "金" 한 글자는 단지 금속이 아니라 "재물·돈"을 가리키는 총칭이다. 이 말은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 시기, 서양의 mammonism(맘몬주의)을 한자로 번역하면서 생겨났다(맘몬은 성경에 나오는 부의 신이다). 동아시아 전통에서도 돈을 경계한 선례는 많았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은 "천하가 모두 이익을 위해 달려온다(天下熙熙 皆爲利來, 天下攘攘 皆爲利往)"고 했다. 그러나 이는 묘사였지 찬양이 아니었다. 맹자는 양혜왕이 "어떻게 하면 나라에 이익이 됩니까?"라고 물었을 때 "왕은 어찌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라 답했다 — 이(利)가 국가의 운영 원리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었다. 배금주의는 이 고전적 경계가 근대에 새롭게 응축된 표현이다.
배금주의의 본질은 "숭배(拜)"라는 종교적 동사에 있다. 돈을 단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에 절하고 빌고 경배하는 태도가 문제다. 동양적 비판의 핵심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돈이 최고가 되는 것"이다. 서양의 plutocracy가 정치 체제의 문제라면, 동양의 배금주의는 마음의 문제다.
거울의 교차점 -- 두 신화가 만나는 지점
둘 다 "돈이 신이 되는 위험"을 경고한다. 플루토스는 신 자체가 부였고, 배금주의는 부를 신으로 삼는 태도였다.
둘 다 일상 언어에 살아 있다. plutocracy는 영어에서 "금권정치"로, 배금주의는 한국어에서 "돈만 아는 태도"로 여전히 쓰인다.
그러나 문제 설정이 다르다. 서양은 "돈이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 구조의 문제로 봤고, 동양은 "돈을 신처럼 떠받드는" 도덕 태도의 문제로 봤다.
해결책의 방향도 다르다. 서양은 제도 개혁(democracy로의 전환)을, 동양은 마음의 개혁(인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억 장치 -- 집에 가져갈 한 줄
- ✓ plutocracy = Plutus(플루토스, 부의 신)에서 유래. 금권정치; 부호 지배
- ✓ 拜金主義 = 금을 숭배하는 주의. 돈을 최고 가치로 삼는 태도
- ✓ 한 번에 기억: "plutocracy와 배금주의, 서로 다른 문명이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신화는 죽지 않는다. plutocracy와 배금주의 속에서 오늘도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