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 H
수소 — 수소를 보면 저는 "관계"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하지만 좀처럼 홀로 있지 않습니다. 물이 되려고 산소와 손을 잡고, 별이 되려고 자기들끼리 모입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가벼운 것이, 가장 많은 것과 이어져 세상을 이룹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혼자서는 가벼운 한 사람이지만, 곁의 누군가와 손을 잡을 때 비로소 물이 되고 빛이 됩니다. 큰 사람이 큰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이어진 사람이 세상을 데웁니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을 만든다는 사실을, 수소는 우주의 처음부터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온 우주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잰다면, 그 절반이 넘는 무게가 단 하나의 물질에서 나옵니다. 가장 가볍고 가장 단순한 이 물질은 무엇일까요?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물질입니다. 우주가 처음 식기 시작한 아주 이른 시절, 양성자 하나에 전자 하나가 붙어 가장 단순한 원소가 만들어졌습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그 자체로 처음입니다. 지금도 우주 전체 물질 무게의 약 75퍼센트가 수소이며, 밤하늘에 빛나는 모든 별은 이 수소를 태워 빛을 냅니다. 별이란 결국 수소가 모여 불을 켠 것이고, 우리가 보는 햇빛도 태양 속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며 내놓는 빛입니다.
수소를 처음으로 따로 붙잡아 살펴본 사람은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였습니다. 1766년, 그는 쇠붙이에 산을 부으면 어떤 기체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기체에 불을 붙이자 펑 하고 타면서 물방울이 맺혔습니다. 불에 잘 탄다고 하여 한동안 "타는 공기"라 불렸지요. 뒷날 라부아지에가 이 기체가 물을 만드는 바탕임을 알고 "물을 낳는 것"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정작 캐번디시는 평생 사람을 피해 산 수줍은 학자였습니다. 가장 사교적인 원소를 발견한 이가 가장 말이 없던 사람이었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 우리가 마시는 물은 수소 둘과 산소 하나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물(水)의 절반은 수소인 셈입니다.
- 풍선을 하늘로 띄우는 가벼움도, 빵을 부풀리는 발효의 화학도 그 바탕에 수소가 있습니다.
- 태양이 수십억 년 동안 식지 않고 빛나는 까닭은, 그 속에서 수소가 끊임없이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수소는 좀처럼 혼자 있지 않습니다. 물에서도, 공기에서도, 우리 몸속에서도 늘 다른 것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물 수(水)는 흐르는 물줄기를 본뜬 글자입니다. 그 물의 가벼운 절반이 바로 수소이니, 동양에서 만물의 근원으로 여긴 물 속에 우주 최초의 원소가 깃들어 있었던 셈입니다.
천자문에서 이 한자 만나기 →수소를 보면 저는 "관계"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하지만 좀처럼 홀로 있지 않습니다. 물이 되려고 산소와 손을 잡고, 별이 되려고 자기들끼리 모입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가벼운 것이, 가장 많은 것과 이어져 세상을 이룹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혼자서는 가벼운 한 사람이지만, 곁의 누군가와 손을 잡을 때 비로소 물이 되고 빛이 됩니다. 큰 사람이 큰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이어진 사람이 세상을 데웁니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을 만든다는 사실을, 수소는 우주의 처음부터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