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이전의 세계
두 신화의 만남
헤시오도스는 만물의 시작에 카오스가 있었다고 썼고, 장자는 혼돈이라는 제왕의 이야기를 전했다. 하나는 텅 빈 공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얼굴 없는 제왕이었다. 그러나 둘 다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 질서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가.
서양의 신화 -- Chaos (카오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Theogony)는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카오스가 있었다(Chaos was first of all)." 카오스는 혼란이 아니라 "벌어진 틈(chasm)"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khaos에서 왔다.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의 텅 빈 공간, 가이아(대지)도 타르타로스(심연)도 에로스(사랑)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무(無)의 상태였다. 카오스에서 에레보스(어둠)와 닉스(밤)가 나왔고, 이들에게서 아이테르(빛)와 헤메라(낮)가 나왔다. 영어에서 chaos는 15세기에 "태초의 공간"이라는 원래 의미로 들어왔다가, 17세기부터 "무질서, 혼란"이라는 현대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현대 수학의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은 신화의 이름을 빌렸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원래 카오스에 더 가깝다. 카오스 이론이 말하는 것은 "무질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질서" --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만드는 숨겨진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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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English Dictionary"chaos, n." 15c, from Latin chaos, from Greek khaos "abyss, that which gapes wide open, the first state of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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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ymonlinechaos (n.): late 14c., "gaping void, chasm," from Greek khaos. Meaning "utter confusion" is from 1600s.
동양의 지혜 -- 혼돈
장자는 혼돈(混沌)이라는 이름의 제왕 이야기를 전한다. 남해의 제왕 숙(儵)과 북해의 제왕 홀(忽)이 종종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늘 극진히 대접해주었다. 숙과 홀은 은혜를 갚고 싶었다. 혼돈에게는 눈, 코, 입, 귀의 일곱 구멍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매일 하나씩 구멍을 뚫어주었다. 칠 일째 되는 날, 혼돈은 죽었다. 장자가 이 우화로 전하는 메시지: 자연의 원래 상태에 인위적 질서를 부여하면 본질이 파괴된다.
그리스의 카오스에서 질서가 "탄생"했다면, 장자의 혼돈은 질서를 부여받자 "죽었다." 서양은 카오스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동양은 보존해야 할 원래 상태로 보았다.
거울의 교차점 -- 두 신화가 만나는 지점
둘 다 "질서 이전의 상태"를 이름 붙였다. 카오스는 텅 빈 틈, 혼돈은 얼굴 없는 제왕.
둘 다 창세의 기원이다. 카오스에서 가이아와 에로스가 나왔고, 혼돈의 알에서 반고가 깨어났다.
둘 다 현대 언어에 살아 있다. chaos는 영어에서, 혼돈(混沌)은 한국어에서 "무질서"를 뜻한다.
그러나 가치 판단이 정반대다. 서양은 카오스를 극복해야 할 "어둠"으로, 동양은 혼돈을 인위가 닿지 않은 "순수함"으로 읽었다.
기억 장치 -- 집에 가져갈 한 줄
- ✓ Chaos = Greek khaos(벌어진 틈). 무질서가 아니라 "아직 질서가 없는 상태."
- ✓ 混沌 = 뒤섞인(混) 흐림(沌). 구멍을 뚫자 죽은 장자의 제왕.
- ✓ 한 번에 기억: "카오스에서 세상이 태어났고, 혼돈은 질서를 얻자 죽었다."
"세상은 혼돈에서 시작되었다. 서양은 그 혼돈을 정복했고, 동양은 그 혼돈을 존중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