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그림자
The Meeting
그리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아들 포보스는 전장에서 적군을 마비시키는 공포 그 자체였고, 동아시아의 한 사람은 손님이 마신 술잔에 비친 활 그림자를 뱀으로 착각해 병이 들었다. 한쪽은 외부에서 오는 거대한 신이었고, 한쪽은 내면에서 만들어진 작은 환상이었다. 그러나 둘 다 같은 진실을 가리켰다 — 공포는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 만든다.
서양의 신화 — 전장의 공포, 포보스
포보스(Φόβος)는 그리스 신화의 공포의 신이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데이모스(Deimos, 두려움)와 함께, 아버지 아레스가 전장에 나갈 때 늘 곁에서 따라다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아레스가 전차에 오를 때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말의 멍에를 채우고, 잔혹한 전쟁의 여신 에니오가 함께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포보스는 단순히 무서운 모습을 한 신이 아니라, 전장에서 적군의 마음에 직접 들어가 그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존재였다. 사기가 무너진 군대가 도망치는 것은 모두 포보스의 작품이었다. 헤라클레스의 방패에는 포보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서, 그것을 본 적군은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1786년 영어에 phobia가 등장했고, 의학과 심리학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비합리적 공포"를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했다. acrophobia(고소공포증), claustrophobia(폐쇄공포증), arachnophobia(거미공포증) 등 수백 개의 phobia 단어가 모두 포보스에서 왔다. 화성의 두 위성 중 하나인 Phobos(포보스)도 같은 신의 이름이다 — 화성(Mars, 전쟁의 신)을 도는 위성에 그 아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phobia의 본질은 "비합리성"이다. 포보스가 적군을 마비시킬 때, 그 적군이 실제로 더 위협받은 것은 아니다 — 다만 마음이 무너졌을 뿐이다. 현대 심리학의 phobia도 마찬가지다. 거미공포증을 앓는 사람에게 거미는 객관적으로 위험하지 않지만, 마음은 그것을 죽음의 위협으로 인식한다. 포보스는 외부의 신이 아니라 우리 안에 사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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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English Dictionary"phobia" etymology e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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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ymonlinephobia word origin.
동양의 고사 — 잔에 비친 활 그림자가 뱀으로 보였다
배궁사영(杯弓蛇影)은 후한 시대 학자 응소의 풍속통의에 처음 기록된 고사로, 진서 악광전에 더 자세히 전한다. 진(晉)나라의 관리 악광(樂廣)에게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발길을 끊었다. 한참 만에 만났을 때 악광이 이유를 묻자, 친구가 말하길 "지난번 자네 집에서 술을 마셨을 때, 잔 속에 작은 뱀이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토할 수도 없어서 그냥 마셨는데, 그날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병이 들었다네." 악광은 이상하게 여기고 그 자리를 다시 살펴보았다. 술자리가 있던 방의 벽에는 그가 활(弓)을 걸어두었는데, 그 활의 그림자가 술잔(杯)에 비치면 마치 뱀(蛇)이 헤엄치는 것처럼 보였다. 악광은 친구를 다시 불러 같은 자리에 앉히고 술을 따라주었다. 친구는 다시 잔 속의 뱀을 보고 놀랐다. 이때 악광이 활을 가리키며 "이것이 자네가 본 뱀이라네"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 자리에서 병이 다 나았다. 여기서 "잔(杯)에 비친 활(弓) 그림자(影)를 뱀(蛇)으로 착각하다"는 표현이 "근거 없는 의심과 공포로 자기 자신을 병들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성어가 되었다.
배궁사영의 핵심은 "공포의 자기 생산"이다. 친구가 본 것은 진짜 뱀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뱀이라 믿었기 때문에, 진짜 병이 들었다. 포보스가 외부의 신이라면, 배궁사영은 내부의 거울이다. 동양은 공포의 원인을 외부가 아니라 자기 인식의 오류에서 찾았다. 즉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실을 똑바로 보는 것이다.
거울의 교차점 -- 두 신화가 만나는 지점
둘 다 "공포의 그림자"라는 공통 주제를 가진다.
phobia는 그리스 신화에서, 배궁사영는 동아시아 전통에서 같은 인간 진실을 포착했다.
둘 다 일상 언어에 살아 있다. phobia는 영어에서, 배궁사영는 한국어에서 여전히 쓰인다.
그러나 표현 방식이 다르다. 서양은 신화적 캐릭터를 통해, 동양은 한자의 조합을 통해 같은 지혜를 전했다.
기억 장치 -- 집에 가져갈 한 줄
- ✓ phobia = Phobos (포보스)에서 유래. 비합리적 공포; 특정 대상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 ✓ 杯弓蛇影 = 잔에 비친 활 그림자를 뱀으로 착각하다. 잔에 비친 활 그림자를 뱀으로 착각하다
- ✓ 한 번에 기억: "phobia와 배궁사영, 서로 다른 문명이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신화는 죽지 않는다. phobia와 배궁사영 속에서 오늘도 살아 숨 쉬고 있다."